항목 ID | GC07901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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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加平의 代表 特産物, 加平-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기도 가평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덕묵 |
[정의]
경기도 가평군의 대표 특산물 중 하나.
[개설]
가평에는 가평란, 가평포도, 가평사과, 가평배, 가평버섯, 가평한우 등 지역의 특산품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 가평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잣이다. 2015년 가평군을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평에서 구매한 농특산물 중 76.1%가 가평잣으로 나타났다. 2위와 3위에 위치한 가평포도가 26.8%, 가평사과가 19.4%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가평을 찾는 방문객들이 추천하는 특산물 1위에도 가평잣이 올랐다. 70.1%가 가평잣을 손꼽았다. 가평잣은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영양 성분은 물론 무기질과 비타민까지 골고루 갖춘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가평을 다니다보면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잣나무, 잣을 탈곡하는 탈곡장, 잣을 재료로 한 음식점이다. 가평군은 산악이 81.19%를 차지하는데 어디를 가나 숲이 조성되어 있다. 이 조림지의 70% 이상이 잣나무 숲을 이루고 있다.
[가평잣의 역사]
잣에 대한 국내 기록은 『삼국유사』 신충괘관(信忠掛冠)과 찬기파랑가에서부터 보인다. 신라 때는 여러 일화에 잣나무가 소재로 쓰일 만큼 알려져 있었다. 잣나무는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 분포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의 잣은 옛날 중국에서도 최상으로 인정하였다. 당나라에서 인기가 높아 당에 유학을 간 신라인들은 잣을 팔아 생활비를 벌었다는 일화도 있다. 가평 지역에서 잣의 재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조선 전기 간행된 『세종실록지리지』 양주도호부 가평현조에는 가평현의 특산물로 잣, 밤, 송이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조선 시대에 잣이 가평 지역의 대표적 특산물로 알려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외에도『신증동국여지승람』,『대동지지』,『해동지도』,『조선지지』 등의 기록에서도 잣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가평잣 이 오늘날과 같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70년대 초에 일어난 화전 정리 사업과 식목 사업이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가 이끄는 북한 특수 부대원 31명이 파주를 거쳐 산악 지대를 이용하여 서울로 진입하게 된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정부는 주민들이 산속에서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1972년 정부는 화전민들에게 한 가구당 35만원을 주고 자진 철거하고 이주하도록 권유하였다. 이것이 1차 화전 정리 사업이다. 1차 사업이 끝나고 도유림 식목 사업이 시작되었다. 당시 낙엽송과 잣나무를 심었다. 오늘날 낙엽송과 잣나무가 심어진 산비탈은 과거 화전을 하던 자리이다. 당시 심었던 잣나무는 20~30년이 지난 후부터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대 전후는 가평잣이 많은 수확물을 내놓게 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잣따기]
잣 생산이 많은 적목리의 경우를 보면, 잣나무는 도유림에 있기 때문에 매년 주민들은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에 신청을 하여 마을 사업으로 받아서 작목반과 합의하여 잣을 수확한다. 잣을 따는 것은 작목반에서 한다. 잣은 8월 하순부터 12월 중순 사이에 딴다. 잣을 딸 때는 긴사다리와 장대가 있어야 하며 나무에 오르기 위해서는 발에 갈쿠리 같은 것을 차야 한다. 먼저 긴 사다리를 나무에 대놓고 올라간 후 다시 더 위로 높이 올라가야 원활하게 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매우 위험하다. 높이 올라가야 하나 잣나무가 약하기 때문에 가지가 부러질 우려가 커 위험부담이 크다. 따라서 잣나무에 올라가는 사람은 생명 보험을 들어놓고 있다. 잣나무 상단에 올라가서 비교적 안정된 곳에 앉아서 장대를 휘두르며 잣을 딴다. 이때 올라간 나무만 따는 것이 아니다. 장대가 닿는 것은 다 딴다. 보통 다섯 그루의 잣을 따고 내려온다. 전수 조사를 한 후 전체 수확량의 10%를 경기도에 세금으로 낸다. 그리고 10%는 마을 발전 기금으로 사용하며 나머지는 나무에 올라간 사람의 몫이 된다. 잣나무에 올라가는 것은 수익은 좋으나 매우 위험하여 대개 60대 이하의 사람들이 올라간다. 나무가 약하기 때문에 몸무게도 가벼워야 한다. 여자들도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잣 수확이 많은 해도 있고 적은 해도 있다. 날이 너무 더우면 불잣[쭉정이]이 나온다.
[탈곡과 도정]
나무에서 장대로 치면 잣은 송이채 떨어진다. 떨어진 송이는 자루에 담아서 탈곡장으로 옮기게 된다. 보통 한 그루에 네 자루 정도의 잣송이가 생산된다. 탈곡장에서 탈곡을 하면 송이에서 알맹이가 떨어진다. 이것을 ‘피잣’이라고 하는데 대개 잣송이 네 자루를 탈곡하면 피잣 한 자루 즉, 40㎏이 나온다. 나락을 도정하여 흰쌀을 얻듯이 피잣의 껍질을 벗겨야 판매할 수 있는 ‘백잣’이 된다. 이렇게 백잣이 생산되면 주민들은 탈곡장에 도정비를 지불하고 도매로 판매를 한다. 2021년 현재 백잣은 1㎏에 소매로 12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가평에는 곳곳에 잣을 탈곡하는 탈곡장이 있다.
[잣요리를 찾아서 ]
예로부터 잣은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통할 만큼 영양가와 약효가 알려져 있다. 잣은 지방유가 74%, 단백질이 15% 함유되어 있으며 자양 강장의 효과가 있다. 잣은 요리의 고명이나 죽에 넣어 먹기도 하는데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우고 기운을 차리게 하는데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피를 맑게 하고 소화 기능을 강화하며 기침과 증기 치료에 좋다고 한다. 또한 잣은 비만과 미용 효과, 심신 강화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평에서 잣이 대량으로 생산되자 잣을 이용한 음식과 지역상품이 판매되었다.
잣요리로 이름이 있는 읍내의 식당에서는 잣을 활용하여 잣막국수, 잣국수, 잣닭갈비를 판매하고 있었다. 잣막국수의 경우 이 식당에서 여러 차례 시험을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잣막국수는 100%의 메밀과 50%의 밀가루가 섞인 것을 혼합하여 메밀국수를 삶은 후 잣을 섞은 소스를 뿌리고 위에 식초와 소금에 저린 얇게 썬 무, 오이, 당근, 적채를 올리고 고명으로 삶은 계란 반쪽을 올린 후 깨를 뿌린다. 모양은 비빔냉면 같지만 소스에 잣을 갈아 넣어 일반 막국수보다 담백하고 잣 특유의 향이 면을 부드럽게 한다. 먹은 후 입안에 잣 고유의 식감과 향이 느껴진다. 이 식당에서는 7년 전인 2012년부터 잣막국수를 메뉴로 시판했다고 한다. 잣막국수는 이 집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당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시도에서 잣을 갈거나 빻거나 그냥도 넣어보며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소스에 5% 정도 잣을 넣는데 최상품의 잣을 이용해야 제대로 맛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잣국수는 잣을 넣고 콩국수처럼 국물을 내어 만든다. 잣닭갈비는 고기를 저일 때 양념에 잣을 넣는다. 잣은 비싸지만 닭갈비에도 최상품의 잣을 넣어야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한다. 만약 가루가 난 것이나 좋지 않은 것을 넣으면 좋지 않아 이 식당에서는 백잣보다 구수한 황잣을 사용한다고 한다. 잣닭갈비는 일반 닭갈비보다 식감이 좋고 구수하다. 이 식당은 현재 인터넷에 ‘가평 맛집’으로 소개되어 외부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다.
북면에 있는 다른 잣요리집에서는 잣국수, 잣해물짬뽕, 잣곰탕, 잣죽을 판매하고 있었다. 잣국수는 면과 잣가루를 섞어 만들었는데 콩국수와 비슷하나 비린내가 없고 깔끔한 맛이 나며 면이 쫄깃하다. 잣국수에는 국물에도 잣을 넣는다. 잣해물짬뽕은 국물에 잣을 넣는데 얼큰하고 면이 쫄깃하다.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다. 잣곰탕은 잣을 넣고 끓인 국물에 소고기를 넣고 다시 끓인다. 이렇게 하여 그릇에 담은 후 갈지 않은 잣알을 그대로 위에 고명으로 뿌린다. 잣을 넣으니 느끼한 맛이 없으며 잡내가 나지 않고 담백하다. 이 식당에서는 35년 전부터 잣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 최상품의 잣을 사용한다고 한다. 잣이 좋아야 맛과 향이 제대로 난다고 한다.
가평의 식당에는 어디를 가나 잣으로 만든 잣막걸리가 판매되고 있다. ‘가평 잣막걸리’는 평이 좋다. 특히 가평 수제 잣막걸리는 2018년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도 선정되어 ‘가평 잣막걸리’’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앞으로도 가평잣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과 레시피 개발을 통해 지역 특산품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고 기존에 개발된 상품도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활성화가 요구된다.
[지역 자원으로서의 활용성]
오늘날 가평잣은 이 지역 최고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가평잣은 잣요리는 물론 산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용이 가능한 지역 자원이다. 축령산 백림은 30~50년 된 잣나무가 조성된 임간 휴양지이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잣나무 숲이다. 여름철 백림에서는 잣나무가 뿜어내는 송진의 향을 맡을 수 있고 맑은 계곡물과 기암괴석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곳은 치유의 숲으로 스트레스 해소, 우울증, 고혈압 등의 치유에도 도움을 준다. 잣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활용한 자연 학습장, 둘레길, 테마가 있는 숲 조성 등을 통해 관광 자원으로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지역 특산 임산물 명품 브랜드화와 잣 홍보를 위한 ‘가평잣축제’도 풍부한 소재 개발이 요구된다. 자연 치유 센터 운영, 잣송이 높이 쌓기, 젓가락으로 알 잣 옮기기 등 잣 올림픽 대회와 다람쥐 먹이주기, 잣 공예 만들기 등 체험 행사, 잣막걸리 먹기, 잣요리 대회, 지역 특산품 할인 판매, 야외 족욕 체험, 장기 자랑 등이 행해지고 있으나 방문객들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할 거리, 즐길 거리를 보다 다양한 소재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잣을 따다가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추모 및 매년 무사고를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밖에도 숲을 경외하고 모시는 우리 민족의 토착 신앙을 활용한 신화나 스토리텔링 발굴, 잣과 관련된 지역민의 생활사나 이야기 수집, 테마파크 조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창의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